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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이라기에도 좀 궁색하지만

내 몸과 읽기와 쓰기의 혼연일체, <읽고 쓴다는 것, 그 거룩함과 통쾌함에 대하여>

고미숙, <읽고 쓴다는 것, 그 거룩함과 통쾌함에 대하여>, 북드라망 

독서는 오랜 취미이고 글쓰기는 언제나 품고 있는 욕망에 가까워서, 저자만 미덥다면 독서와 글쓰기 책에는 늘 손이 간다. 게다가 고미숙 선생의 책을 이제껏 꽤 읽었고 배우는 바가 늘 있었기 때문에, 이번에도 망설이지 않았다. 좋은 책이다. 좋은 책이라서 건질 부분이 적지 않다. 다만, 읽기와 쓰기라는 화두로 이야기를 풀어가고는 있지만 고 선생의 다른 책들에서 읽었던 내용의 동어반복처럼 느껴지는 부분도 있어서, 어떤 부분은 조금 지루했다.

 

요지는 결국 독서 행위가 내 몸을 관통하여 흐른 다음 쓰기로 발산되어야 한다는 것 아닐까. 내 몸과 자연의 리듬(사계절의 율동감)에 맞추어 수렴하고 발산하는 과정에서 유의미한 독서와 개성 있는 글쓰기가 가능해진다는 것. 현인들의 책(특히 축의 시대의 고전들)을 읽는다는 것은 그들의 사상과 사고의 결정체를 내 몸으로 흡수하는 행위이고, 그 흡수된 것이 오롯이 나라는 필터를 거쳐 세상으로 발산되는 것이 바로 쓰기의 진의다.

 

이 책은 그것이 얼마나 통쾌하고 거룩하며 신나는 일인지, 거듭거듭 강조한다. 1부에서는 그 원리에 관해서(이미 고 선생의 최근작들을 섭렵한 독자라면 이미 들어온 이야기들일 수 있다) 2부에서는 글쓰기 강좌에서 실제 강의했던 내용들을 정리한 것인데, 특히 칼럼, 리뷰, 에세이, 여행기를 쓰는 법에 대한 작가만의 실전 노하우랄까, 방향성을 소개한다. 받아들이는 정도에 따라 상당히 유용한 가르침을 얻을 수 있다.

 

내게 유의미했던 대목들을 몇 가지만 기록해두자. 우선 차서를 부여하고, 차이를 생성하라라는 것. ‘차서는 시간적인 순차와 공간적인 질서를 의미하는데, 이것이 제대로 구성되면 글에 논리성이 확보된다. 생각해보면 지극히 당연한 말인데, 뭔가 탁 치는 부분이 있었다. 글이라는 것은 어떤 생각을 어떤 순서로 어떤 구조 아래 배치하느냐가 결국 좋은 논리를 이루는 비결이라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차이는 독창성이다. 작가가 계속 강조하는 그것, 바로 자기 몸(삶과 육체와 경험과 사고)에 솔직하게 대면시킬 때, 비로소 나만의 시각, 나만의 경험에 기반한 개성이 담보된다는 것. 차서를 부여하고 차이를 생성함으로써 논리성과 독창성을 확보하는 글을 쓴다. 이 하나만 잘 새겨두고 있어도, 글을 쓸 때 좋은 가이드가 되지 않을까.

 

또 도움이 된 조언은 봄-여름-가을-겨울, 사계절의 리듬을 타라는 것. 삼라만상의 리듬을 관찰하고, 내 몸의 울림과 반응을 솔직하게 글에 담으라는 것으로 받아들였다. 기승전결을 간결하게 표현한 대목도 재치있다. 설설 기지 말고 기승떨지 말고(과감한 전개) 전을 잘 뒤집고(반전의 묘미) 삼빡하게 결단을 내라(확고한 자기주장). 머릿속에 담아두면 분명 도움이 될 법한 조언들이다. 적어도 내게는 그랬다.

 

다만 강의를 듣거나 예시를 보다 보면 칼럼이나 리뷰나 에세이에 너무 깊은 의미를 부여해서(가령 에세이를 쓴다고 하지 않고 한다고 표현하는 데, 그것은 에세이란 결국 자기 철학이기 때문이란다. 공감은 되지만) 좀 부담스러워진다. 뭐랄까, (온라인에서는) 좀 막 쓰는 맛도 있는 법이니까.

 

고미숙의 글쓰기 특강
국내도서
저자 : 고미숙(Ko Mi-Sook)
출판 : 북드라망 2019.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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